2023-05-07 인공지능을 반기는 한국인?

일기 2023. 5. 7. 22:36

미래학자 크리스토퍼 바냇 교수의 유튜브 채널 ExplaningComputers 의 오늘 주제는, 우리는 인공지능을 두려워해야 하는가? 였다. 인공지능 개발 반대 서명을 화두로 삼아 촬영된 영상이다.

 

그 전부터 든 생각은, 한국인들은 인공지능을 두려워하지 않고 엄벌주의와 함께 오히려 반긴다는 점이다. 적어도 사법측면에서는 말이다. 인터넷 영상이나 뉴스 보도의 많은 댓글에서 'AI 판사'도입을 원하고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은 전제에서 출발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1. 판사들이 판결을 잘 못한다.

2. 한국은 중범죄에 대한 형량이 낮다.

 

내 생각엔 두 전제 모두 건전한 것 같지는 않다(논증이 아닌 전제에 대해 건전하다고 해도 되는지는 모르겠다). 판사들은 자신의 양심과 양형기준에 따라 형량을 결정하고 있어서 아무렇게나 선고할 수는 없고, 최근들어 성범죄에 대한 형량은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사람들이 만족을 못 한다면 미국처럼 천년, 만년쯤 때리면 될까? 형량 부과 기준이 달라서 그렇게는 어려울 것 같다. 영미권은 개별 범죄에 따라 형량을 매기지만, 우리나라는 가장 큰 형량을 가중하는 식으로 결정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AI판사 도입을 원하는 이유는 사람보다 더 강한 형벌을 내릴 수 있을거라는 기대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보자. AI도 판사과 비슷하게 판결한다면 그때는 수긍할 수 있을까? 그리고 과실범에 대해서, 실수 한 번한거 가지고 말 그대로 기계적으로 무기징역, 이렇게 때려버리면 더 공정하다는 신념을 유지할 수 있을까? 기계가 과연 법감정을 세심히 이해할 수 있느냐 이 말이다. 인공지능은 공정하니까 그렇게까지는 안 할거라구요? 그걸 누가 보증하나.

 

오죽하면 엄벌주의와 더불어 판사를 AI로 하자는 말이 나오는 것이 이해되긴 하지만, 기계에 우리 운명을 맡길 수는 없다.

인류의 운명은 인류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