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주는 어디가고 오너만 남았나

평론 2014. 3. 3. 20:15

어느 때 부터인가 신문을 읽다 보면, 재벌기업의 총수와 그 일가를 ‘오너(owner)’라고 일컫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소유주’라는 우리말이 있는데도 왜 굳이 영어를 쓰는 것인가?

우선, 영어를 대신 쓰게 됨으로써 얻는 이점을 간과할 수 없다. 같은 말이라도 우리말보다 영어가 더욱 세련된 느낌을 준다. 그리고 모국어가 아니므로 한 번에 뜻이 와닿지 않는 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어를 쓰든 영어를 쓰든, 기업에 소유자가 있다고 생각하고 ‘오너’라는 말을 쓰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 왜냐하면 법인기업에는 주인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전남대 철학과 김상봉 교수가 그의 책 「기업은 누구의 것인가」에서 지적했던 것처럼, ‘법인기업’이라는 것이 법에 의하여 인격체로서 인정받은 기업을 말하는 것이고, 사람은 소유의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개인기업은 당연히 주인이 있을 수 있고, 모든 재벌기업이 법인이므로 이는 논란거리가 못 된다).

시민들이 바로 보아야 한다. 왜 언론들이 ‘오너(owner)’라는 말을 더 선호하는지. 그리고 왜 재벌 총수들이 1~2%의 지분으로 법인기업의 주인 행세를 하고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