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들에게 점심밥을 달라!

평론 2014. 2. 19. 13:26


취업 포털의 구인광고를 찾다 보면 회사의 복리후생 안내에 여러 내용들이 있다. 4대보험, 연차휴가, 퇴직금 등 굳이 밝히지 않아도 될 당연한 것들을 적어놓기도 하고, ‘가족같은 분위기’ 등 그 회사를 기피하게 만드는 문구도 있으며, ‘회식강요 안함’, ‘야근강요 안함’ 등 진의를 의심케 하는 문장들도 있다.

그 중에서 눈여겨 볼만한 것은 식사에 대한 복리후생이다. 어떤 회사들은 점심밥을 주는 경우가 있다. 점심밥, 저녁밥을 주는 곳도 있고, 아예 하루 세끼 다 책임 져 주는 곳도 있다. 이런 곳에선 최소한 먹을 걱정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오직 ‘석식제공’만 되는 곳이 있다. 벤처기업, 소규모 IT업체, 콘텐츠제작 업체들 중에 이런 곳이 많은 것 같다. 아니, 아침밥도 안 주고, 점심밥도 없으면서 무슨 저녁밥만 주는 그런 곳이 있다는 말인가? 물론 있다. 그것도 많다. 이 ‘석식제공’은 당신이 퇴근시간까지 일을 열심히 했으니 저녁 먹고 집에 가서 편히 쉬라는 의미에서 주는 것이 아니다. 야근을 해야 되는데 시간외수당은 못 주지만 그래도 밥 정도는 주겠다는 사측의 배려인 것이다. 감사한 줄을 알라. 동시에 그 회사는 야근이 많다는 것을 암시하기도 한다(이런 곳은 조심해야 한다). 물론 사측에서 점심 밥값을 위하여 식대를 보조 해 주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단순히 비과세를 위하여 '명목상'으로만 식대를 지급하는 곳도 있다.

왜 저녁밥만 주는 이상한 회사들이 많을까? 다음과 같이 생각 해 볼 수 있겠다. 첫째로, 한국의 근로기준법에는 식사제공에 대한 강제가 없다. 그러니 사측에서는 당연히 안 주는 쪽으로 비용을 아끼려 들 것이다. 둘째로, 전통적인 재벌기업이나 제조업체 보다는 벤처 기업의 자금 사정이 열악하여 복리후생에 신경 쓸 여력이 없는 것이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직원들의 돈으로 밥을 사 먹게 만드는 것이다.

복무 시절에는 그날 식사 메뉴가 무엇인지, 어떤 반찬이 나오는지도 나름 기대할만한 것이었다. 군대라는 단조로운 생활 속에서 식사 메뉴가 그나마 변화가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지 않는가? 하지만 최근의 많은 기업들은 그 즐거움을 노동자에게서 빼앗아버렸다. ‘오늘은 어떤 메뉴가 나올까’ 가 아니라, ‘오늘은 어디서 얼마를 주고 사 먹어야 하나’로.

당장 직원들의 점심밥마저 챙겨주지 못한다면, 연봉상승과 인센티브로 노동자들을 속이지 말라. 중식 제공은 기업의 사기와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수단이다. 왜 구글과 야후 같은 세계적인 IT기업들이 직원들에게 공짜로 점심을 제공하는지 생각해 보라!